미국 공휴일 근로자의 날이 국제 노동절과 달리 9월 첫째 주 월요일인 이유
메이데이(May-Day), 국제 근로자의 날(International Workers' Day), 노동절(勞動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노동자의 날(Labour Day, Labor Day)'는 미국에서 시작된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적인 근로환경'을 보장하라는 사회운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메이데이(May-Day)라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근로자의 날(=노동절)'을 '5월 1일'로 지정하여 전 세계적으로 국가 공휴일로 여기고 기념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국가 공휴일인 '노동자의 날(Labor Day)'을 매년 정확히 정해진 날짜가 아닌 '9월 첫째 주 월요일'로 지정하여 매년 날짜가 바뀌게 됩니다.
따라서 2024년의 경우 9월 2일, 2025년은 9월 1일, 2026년은 9월 7일이 노동자의 날이 됩니다.
이 날은 국가 공휴일이기 때문에 미국 주식시장의 휴장일이기도 합니다.
왜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만? '노동자의 날'을 9월에 추념하는 것일까요?
국제적으로 '5월 1일'로 합의된 세계 공휴일 '국제 근로자의 날' 탄생 배경
과거 산업혁명이 이루어지던 1800년대 중후반, 미국에서는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 기본권'이 하나도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최저임금, 휴일 없이 매일 근무하는 주 7일 근무제, 하루에 12시간을 넘게 노동하는 가혹한 노동환경, 일하는 도중에 다치거나 사망하여 더 이상 생산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되어도 현대의 4대 보험, 산재보험 같은 개념이 없었기에 다치면 당장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실직하여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가혹한 노동환경에서 생활하던 노동자들의 불만은 1886년에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1884년부터 영국의 사회개혁가 로버트 오언(Robert Owen)의 '하루에 8시간 일하고, 8시간 놀고, 8시간 쉬자(잠들자)'라는 사상을 바탕으로 노동법 제정을 위한 투쟁을 준비하게 됩니다.
2년 전부터 꾸준히 대규모 파업을 준비해온 미국의 각 노동단체는 8시간 노동의 실현을 위해 총파업을 결의하고, 1886년 5월 1일을 제1차 시위의 날로 정했습니다.
결전의 날인 1886년 5월 1일, 전 미국 노동자들의 동시 다발적 파업과 더불어 당시 미국 산업의 중심지이자 노동조합 조직의 중심지였던 시카고에서는 4만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습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시위대는 거대해져갔고, 5월 3일 시카고에서는 총 21만의 노동자와 경찰의 충돌로 유혈사태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최소 1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해지며,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습니다.
단지 '8시간 근로'라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노동 환경 기준을 요구하던 시위대를 경찰이 폭력으로 진압한 사태에 시위대는 큰 충격과 분노에 사로잡혔습니다.
미국 전역, 나아가 전 세계의 노동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헤이마켓 사건'
이날 경찰의 폭력적인 시위 진압 행태에 몹시 분노한 노동조합 지도자들과 시위 참가자들은 그 다음 날인 5월 4일, 시카고의 '헤이마켓 광장'에서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날, 아직도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한 사람이 경찰을 향해 폭탄을 던졌고, 이로 인해 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면서 경찰 7명이 사망하고 군인 67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시위대 쪽에서도 최소 4명이 사망하고 30여 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아나키스트(Anarchist, 무정부주의자) 8명이 살인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제대로 유죄를 입증하지 못한 가운데 사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시위에 사용되었던 사제 폭탄을 제조한 '루이스 링그(Louis Lingg)'는 교수형을 언도받았지만 처형 직전 폭발물을 사용하여 감방에서 자살하였습니다.
후대의 연구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인해 기소된 8명의 아나키스트들은 시위대의 폭력행위를 선동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시위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실이 판명되었으며, 이들이 받은 부당한 유죄 선고와 처형 집행은 '미국 사법부의 수치'라 불릴 정도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습니다.
아일랜드의 극작가이자 192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경우 이 부당한 재판에 대해 "세상이 죄 없는 8명의 인민을 잃어야 한다면, 그보다 오히려 일리노이 대법원의 8명 배심원을 잃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이다"라며 격한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
헤이마켓 사건이 발행한 1886년의 다음 해인 1887년, 미국 오리건(oregon) 주에서 최초로 5월 1일을 공휴일로 선포합니다.
2년 뒤인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20여 개국의 사회주의자 및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모여 결성한 '제2인터내셔널(The Second International)'은 첫 대회에서 이 사건을 기념하고자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로 선포하게 됩니다.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근로자의 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며 선포한 3대 연대결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계를 멈추자.
-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투쟁을 조직하자.
-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여 노동자의 권리 쟁취를 위해 동맹파업을 행동하자.
이 세 가지 이념에 따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5월 1일을 '노동절', 혹은 '근로자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여 추념의 시간을 갖습니다.
'노동절'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공휴일로 대우받으며, 노동자 인권 우선주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엄숙하게 기념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 사회주의 운동의 태동은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세상에서 가장 공산주의를 혐오하는 미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세계적 합의로 제정된 '근로자의 날', 그런데 왜 미국만 9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대회에서 5월 1일이 '노동자의 날'로 선포된 지 다음해인 1890년 5월 1일부터 첫 메이데이 대회가 개최됐고,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5월 1일 메이데이를 기념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메이데이 때마다 벌어지는 근로자들의 파업과 시위 때문에 5월 1일을 '법의 날(Law Day)'로 정하고, '근로자의 날'은 따로 9월이나 10월 중 날을 정해 기념합니다.
이러한 기조는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국가들 간에 대립이 격화된 냉전시대를 맞이하며 더욱 격해졌기 때문인데, 오리건(oregon) 주에서 1887년부터 메이데이(May-Day)를 기념하기 시작한 것을 기점으로 연방정부와 30여 개 주에서도 근로자의 날을 공휴일로 선포하였지만 이 때는 모든 근로자들이 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근로자의 날을 5월 1일에 기념해야한다는 의견은 계속해서 있어왔지만, 당시 미국의 제22대, 제24대 대통령을 역임했던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 대통령은 사회주의자들에게 지나치게 힘이 많이 실리는 것을 우려하여 '9월 Labor Day 지정 방침'을 고수하였다고 합니다.
5월 1일 '메이데이(May-Day)'가 아닌 9월 첫째 주 월요일이 '근로자의 날(Labor Day)'로 지정되어 미국 전역에서 쉬는 연방 공휴일(Federal Holiday)로서 법제화가 된 것은 1968년이 되어서입니다.
미국과 캐나다는 9월 첫째 월요일, 뉴질랜드는 10월 넷째 월요일, 일본은 11월 23일을 'Labour Day'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의 경우 국경일 '근로자의 날'은 다른 여느 세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매해 '5월 1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May Day" 또는 "International Worker's Day"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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