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계획, 세계 최고 우주기술 배울 기회 걷어찬 대한민국

아르테미스 계획, 세계 최고 우주기술 배울 기회 걷어찬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큐브위성을 탑재하게 해 주겠다는 나사 NASA의 제안을 거절해 큰 충격을 줌과 동시에 과학계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14일 NASA 케네디 우주센터의 아르테미스Ⅰ대형 로켓 우주발사시스템(SLS)과 오리온 우주선 뒤로 보름달이 뜬 모습. - 출처 : NASA, 연합뉴스

미 항공 우주국 나사 NASA는 2023년 9월 말~10월 초 한국을 비롯한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현재 개발 중인 유인 우주선이자 달 탐사 로켓 '아르테미스 2호'를 이용한 큐브위성 수송 프로젝트를 제안하였습니다.

발사 시한인 11월 전까지 정해진 규격의 큐브 위성을 제작해 미국으로 보내주면, 아르테미스 2호 로켓의 여유공간에 탑재하여 위성 궤도까지 실어 날라 각종 과학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중대한 우주개발의 참여 기회를 준 것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이 개발한 큐브위성을 탑재한다는 내용의 참여의향서를 2023년 11월 1일 나사 NASA에 제출했지만, 예산 부담과 일정 촉박 등을 이유로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반영조차 되지 못한 채 무산되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2024년 1월 2일 나사 NASA 측에 서면으로 큐브 위성 탑재 거절 사실을 알렸고, 이로서 대한민국은 아르테미스 2호에 독창적인 과학 실험을 위해 제작된 큐브 위성을 실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날리게 되었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이 대체 뭐길래? 범세계적, 초국가적 과학 프로젝트

나사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아폴로 프로그램 이후 50여년 만에 달에 사람을 보내는 계획으로, 오는 11월 우주인 4명이 탑승하는 유인 우주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2021년 미국 주도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을 위한 국제협력 원칙인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2021년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당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한국의 아르테미스 약정 서명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하였고, 곧이어 5월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미 항공우주청 나사 NASA와 우리 정부의 아르테미스 약정 참여를 위한 서명을 실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5월 21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한국은 당시 미국과 영국, 일본,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크라이나에 이어 10번째 서명국으로, 현재 아르테미스 계획은 33개국이 참여하는 거대한 초국가적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2022년 미국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달로 향한 우리나라 달 탐사선 '다누리' 프로젝트에는 2,330억 원이 소요된 바 있어, 과기정통부가 추산한 필요 연구 개발 비용 약 70억원은 거의 공짜로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달에서 우주선 외 활동(EVA)을 하는 동안 xEMU 우주복과 xPLS 생명 유지 배낭을 착용한 아르테미스 우주비행사를 표현한 이미지 - 출처 : NASA, 2019년 10월, wikimedia

한 과학계 인사는 "이번 불참은 우주개발 최강 미국의 50년 노하우를 곁눈질 할 기회를 걷어찬 것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70억 원이 이런 중요 사업을 선택하지도 못할 비용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또다른 과학계 인사는 "이같은 기회를 놓치면 미국이 주도하는 우주 분야 우방국 대열에 합류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큰 분노와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큐브 위성의 뜻은? 큐브 위성을 발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2022년 7월 누리호에서 사출된 4개의 큐브 위성 - 출처 : 노컷뉴스

큐브위성은 초소형 꼬마 위성으로 가로x세로x높이가 각각 약 10㎝ 수준의 크기로 규격화 되어 제작됩니다.

작은 크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 저렴하면서도 준수한 성능을 낼 수 있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위성 발사체이며, 위성 1개의 성능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여러 위성을 함께 사용하는 군집 운용으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큐브 위성 개발 기술 능력은 어느 정도?

전리권 상부의 플라즈마 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발사된 도요샛(SNIPE) 위성의 이미지 - 출처 : 나무위키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큐브 위성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2023년 5월 누리호에 실려 안정적으로 궤도에 안착한 우주기상 측정용 큐브위성 '도요샛'이 있습니다.

도요샛 위성은 4기 중 3기가 세계 최초 위성 편대비행에 성공하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큐브위성 도요샛 프로젝트를 주도한 천문연 황정아 박사는 "달에 위성을 보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비싼 경험"이라며 "이번 기회는 거의 공짜로 가고, 선진 기술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내던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022년에 실시된 무인 우주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1호 계획에서 원래 탑재하려고 계획했던 큐브 위성은 13개였습니다.

하지만 그 큐브 위성 중 3개는 기한 내에 제작을 마치지 못했고, 결국 로켓에 탑재하지 못한 채 10개의 큐브 위성만이 탑재되어 발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나사 NASA의 주 임무는 오리온 우주선의 무인 달궤도 진입이었기 때문에 큐브 위성 제작을 기다려 주지도 않았습니다.

미국은 이런 중요한 제안을 아무에게나 하지도 않으며, 아무리 작은 물체라도 달 궤도상에 올릴 수 있는 추진체를 보유한 국가는 현재 미국 밖에 없습니다.

2022년에 진행된 무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1호 계획

아르테미스 1호의 비행경로 - 출처: NASA, 2022년 11월

2022년 11월~12월에 진행된 아르테미스 1호 계획은 무인 달탐사 임무였으며, 우주 발사 시스템(SLS) 및 오리온 모듈(Orion, 승무원 생존 시스템)에 대한 광범위한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아르테미스 1호의 여행은 달까지 450,000km가 걸렸고 달 표면 위 130km를 공전한 후 심우주까지 약 64,373km를 계속 이동했습니다.

약 25.5일의 임무 기간 후, 모듈은 12월 11일 캘리포니아 근처 태평양에 떨어졌습니다.

아르테미스 1호에는 '무니킨(Moonikins)'이라 불리는 특수한 마네킹 3개도 탑승했습니다.

무니킨은 실제 우주비행사가 아르테미스 2호와 3호에서 착용하게 될 1세대 오리온 승무원 생존 시스템 우주복을 입은 마네킹입니다.

무니킨에 장착된 센서는 인간 승무원이 비행 중에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였고, 유인 우주 탐사 도중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50년만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2호 계획

아르테미스 2 예상 비행 경로 - 출처: NASA, 2023년 3월

아르테미스 2호 우주선에 탑승하게 될 4명의 승무원은 SLS 로켓에 실려 발사된 후 오리온 모듈을 타고 달 너머 8889km를 비행한 뒤 달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총 임무 기간은 약 8~10일이며 Orion 모듈과 생명 유지 시스템을 포함한 기능에 대한 귀중한 비행 테스트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달 표면 우주선 외 활동(EVA)을 위해 제작된 xEMU 슈트 - 출처 : NASA, wikipedia

아르테미스 2호는 원래 목표 발사일인 2024년 11월보다 늦어져 2025년 9월 이전에 발사될 예정입니다.

이어서 계속 진행되는 달 탐사, 아르테미스 3호 계획

아르테미스 3 예상 비행 경로 - 출처: NASA, 2022년 7월

아르테미스 3호 계획의 임무는 총 30일 동안 진행되며,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최초의 인간 달 착륙이 될 예정입니다.

4명의 우주 비행사가 오리온 모듈을 타고 달로 날아가서 달 주위 궤도에 있는 게이트웨이와 도킹하게 됩니다.

인간 착륙 시스템(Human Landing System)은 SpaceX가 설계할 예정이며 재사용 가능한 로켓 스타십(Starship)을 개량하여 달의 궤도를 비행할 수 있도록 개량될 것입니다.

스타쉽은 달에서 아직 인간이 방문하지 못한 지역인 달의 남극으로 두 명의 우주비행사를 데려갈 것입니다.

선정된 두 명의 우주비행사는 달에 착륙한 최초의 여성이자 최초의 유색인종으로 선정될 것입니다.

우주비행사들은 약 일주일 간 스타쉽에 거주하며 달 표면을 탐험하고, 1971년 달에서 처음 발견된 얼음 샘플링을 포함한 다양한 과학 연구를 수행할 것입니다.

한편, 오리온과 나머지 우주비행사들은 스타쉽의 동료 승무원들과 다시 합류하기 전에 6.5일 동안 달의 완전한 궤도를 한 바퀴 완주할 것입니다.

아르테미스 4호 계획

아르테미스 4호의 예상 비행경로 - 출처: NASA

아르테미스 4호는 3호와 마찬가지로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스타쉽을 타고 달 표면으로 가서 달 산책, 탐사선 작전, 과학 실험 등을 하면서 일주일을 보낼 예정입니다.

또한 아르테미스 4호 우주비행사들은 달 탐사 시 각종 샘플을 수집하여 오리온(Orion)에 탑승, 지구로 가져올 계획입니다.

아르테미스 5호 계획

아르테미스 5호의 예상 비행경로 - 출처: NASA

아르테미스 5호 계획에서는 새로운 게이트웨이 모듈인 ESPRIT를 가지고 가는 것이 주 임무가 됩니다.

ESPRIT는 유럽 우주국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추가한 항목의 이름이며, '재급유 인프라 및 통신을 제공하는 유럽 시스템(European System Providing Refueling Infrastructure and Telecommunication)'을 의미합니다.

ESPRIT를 궤도에 올린 이후 두 명의 우주비행사가 추가로 달에 착륙할 예정이며, 이들은 추가 표면 과학을 수행하고 더 많은 샘플을 수집하여 지구로 가져올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큐브위성 탑재 거절이 시사하는 바

2022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오리온' 캡슐을 탑재한 대형발사체 '우주발사시스템'(SLS) 아르테미스 1호 로켓이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조립동 건물에서 39B 발사대로 이송되고 있다. - 출처 : 연합뉴스

아르테미스 계획은 전세계 과학 기술 선진국가들이 한데 모여 진행하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다국적 프로젝트입니다.

최초로 지구 밖의 영토인 달을 개척하는 일이기도 하며, 어느 정도 과학기술 수준이 받쳐주지 않는 나라는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는 프로젝트이며 만약 능력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의 눈밖에 난 나라는 가입할 수 없는 계획이자 장차 새롭게 우주 패권을 장악할 국가들의 서열이 정해지게 되는 중요한 임무입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이런 중요한 우주 개발 계획에 단 돈 70억 추경예산이 없어서 참여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미국을 비롯한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국들은 한국이 달 탐사 및 개발에 관심이 없다고 여길까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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