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개인의 넋두리입니다. 본인이 이 글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고 있고, 그냥 가족들과 대화하다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멸공 뜻은? 공산당(共産黨)을 멸(滅)한다
멸공(滅共)이라는 말은 공산당(共産黨), 소위 빨갱이를 모조리 죽여 없애 멸망(멸망할 멸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자 다짐입니다.
근현대 한국사를 공부해 보았다면 대한민국의 성장 초기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전체주의 독재자들에 의해 선전포고도 없이 벌어진 불법 남침 전쟁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역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너 나 할 것 없이 누구나 모두 공산주의자들, 일명 코뮤니스트(Communist)들에 의해 실제적인 인명피해와 압제, 고통을 받았습니다.
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은 철학적 접근으로 인간 사회의 악마같은 면을 개선해 보고자 노력한 사유의 집대성이지만, 실제 현실에서 적용된 공산주의는 시공간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서나 완전히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미완성의 시스템이라는 것을 우리는 지난 100년간의 경험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였습니다.
지난 한세기 동안 우리는 공산당 체제를 유지하는 한 나라와 한 괴뢰집단으로부터 지속적인 위협을 받아왔고, 그만큼 '공산주의자', '빨갱이'에 대한 혐오감성 또한 자연스럽게 키워졌습니다.
사람은 생각보다 매우 단순한 논리 구조를 가지고 있는 생물이라서, 신경망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자연 현상이나 사물, 사람의 심경 등을 복잡다단한 상태 그대로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극단적진 기호화와 이분법적 논리, 흑백논리입니다.
세상을 단 두 개의 부류로 나누어 본인이 인식하기 편한대로 쪼갠 뒤 자신만이 갖고있는 사고의 틀 속에 모든 것, 모든 사상, 모든 사람을 틀 안에 모조리 집어넣어 버리는 것입니다.
내 것 vs 네 것
내 편 vs 적
자본주의 vs 공산주의
자유주의 vs 사회주의
우등생 vs 열등생
교양인 vs 무식자
부자 vs 가난한 자
셀 수 없이 많은, 단지 두 개로 나뉘어진 극단적이고 단순한 편견 속에 우리는 모든 것을 억지로 끼워맞춰 버림으로써 자신만의 잣대로 상대방을 평가하려 합니다.
공산당 군대의 압제와 폭거 속에서 무수한 아픔을 겪었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공산당이라는 말만 들어도, 빨갱이라면 그저 치를 떨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이라는 신념을 굳게 가지고 있는 것은 그다지 비난받을 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해야 하는 '신세계' 브랜드의 경영자로서 대외적으로 그 신념을 드러내는 행위는 우아한 기업 이미지를 대폭 깎아먹는 기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멸공'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느낌과 이미지
단순히 '공산당을 척결하고 몰아내야 한다'는 의미로서 '멸공'은 자유 대한민국에서 널리 쓰여야 할 단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말을 주로 사용하는 노년 계층의 이미지에 있습니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 평화 통일을 눈앞에 마주하고 있는 세대, 자신들의 몇 배나 되는 엄청난 수의 노인을 부양해야할 미래가 눈앞에 놓인 막막한 인구절벽 세대, 그리고 앞으로 소비를 주도하고 경제활동에 종사해야할 세대들에게도 '멸공'은 개인적으로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신념이지만, 그 단어를 SNS에서 남들 보든 말든 주구장창 고집스럽게 외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말이 안통하는 고집쟁이 꼰대, 술에 잔뜩 취해 고래고래 고함을 치며 삿대질을 하고, 막걸리 쉰내를 풍기며 주변에 온갖 민폐를 다 끼치고 다니는 틀딱 노친네 태극기 할배를 연상하게 합니다.
절대 '인자하고 융통성과 품격을 갖춘 웃어른'의 모습이 아닌 것입니다.
오히려 앞으로 살아갈, 신세계 그룹이 공략해 나가야 할 세대들은 국가로부터 받은 것 없이 자신들의 인생을 통째로 저당잡혀 평생에 걸쳐 뜯기기만 할 뿐, 자신들이 늙고 약해졌을 때 복지 수혜를 받지 못하리라는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8090년대 IMF 이전 고도발전기의 풍요를 누리고 현재도 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노인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표출됩니다.
신세계 그룹은 지금은 소비력이 낮지만 앞으로 빚더미에 앉은 무거운 대한민국 경제를 짊어지게 될 이 불쌍한 젊은 세대들을 상대로 장사를 해야합니다.
당장 이미지 쇄신을 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신세계 백화점과 이마트 주 고객층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어필을 하는 단어, '멸공'의 이미지
이런 모습들을 연상하게 하는 단 한 단어, '멸공'.
일반 개인은 쓰던지 말던지, 적어도 우아하고 엘레강트한 부잣집 사모님의 이미지를 갖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주 소비 고객층인 신세계 백화점에서, 전국의 수많은 가정 주부와 아기 엄마들이 주로 방문하는 이마트에서, '멸공'을 외치는 경영진이 운영한다는 이미지는 절대로 호감가는 형태가 아닙니다.
그냥 단어 하나일 뿐이지만 그 단어를 듣자마자 담배 냄새, 술 냄새와 대체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는 시끄럽고 무식한,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주제에 가스통에 불을 붙여 조국의 미래인 젊은 전의경들을 향해 발사하고, 이마에 붉은 머리띠를 두른 채 죽창을 들고 길거리에서 온갖 민폐를 다 끼치고 다니는 가상의 영감탱이 모습이 떠오를 뿐입니다.
분명 정용진 부회장이 '멸공'이라는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이것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고, 아마도 비장하며 장엄하게끔 조국을 위해 한 몸 바쳐 희생한 국군 장병의 멋진 모습이겠지요.
그러나...일베와 태극기 가스통 할배들이 그 단어의 이미지를 확 조져놓은 것을 어찌 하겠어요...
신세계 그룹의 주 고객층이 혐오하는 단어를 굳이 부사장님 계정에 박아놓는 것이 과연 사업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일 뿐입니다.
대기업의 오너이기에, 더더욱 본인이 좋아하는 단어가 아니라 소비자층이 좋아할만한 단어를 SNS에 박아놓는 편이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오히려 그러면 고객들은 정용진 부회장의 바뀐 모습에 호감을 느끼고 '아, 생각보다 꽉 막힌 사람은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하여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