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불의를 깨부수는 쇄빙선' 광고에 나온 꽃은 무슨 뜻인가?
조국혁신당에서 발표한 TV광고 영상, '불의를 깨부수는 쇄빙선' 광고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조국혁신당 TV광고_불의를 깨부수는 쇄빙선 JTV뉴스
그런데 영상 중간에 차가운 설원에서 홀로 피어난 파란색 꽃이 눈에 띕니다.
눈인지 서리인지 모를 얼음 속에서 홀연히 꿋꿋하고 신비롭게 피어난 새파란 꽃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차가운 설원에서도 강인하게 피어나는 파란색 꽃, 시베리아 무릇(Scilla Siberica)
실라(Scilla), 영어로 스퀼(squills)이라고 하는 '무릇'이라는 꽃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무릇의 꽃말은 '인내와 자제력'을 뜻한다고 합니다.
차갑게 눈덮인 땅 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피어있는 꽃 이미지를 그냥 예뻐서 가져다 썼다기에는 꽃말이 암시하는 바가 의미심장하네요.
고향인 부산을 찾아 서면 광장에서 연설한 조국혁신당 대표 조국
2024년 3월 21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서면 거리를 찾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연설을 하였습니다.
조국, 윤석열 대통에게 "고마 치아라마!" (중독성 있는 부산 사투리) JTV뉴스
그런데 마지막 멘트에서 부산사투리로 말한 '이제 고마 치아라 마!'라는 멘트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조국 대표의 부산사투리를 조롱한 SBS 앵커, '고마 치아라 마, 이거 일본어인가요?'
2024년 3월 22일 SBS 방송에서 한 방송 진행자는 방송 시작에 앞서 함께 참석한 부산 출신 패널에게 '고마 치아라 마'라는 부산 사투리가 일본어(!)냐고 조롱하듯이 물어보는 충격적인 장면이 송출되었습니다.
이로부터 4일 뒤인 2024년 3월 26일 이 발언을 한 앵커는 해당 발언에 대해 '조국 대표와 부산 분들에게는 불쾌할 수 있었다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사과드립니다.'라며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습니다.
[뉴스 '꾹'] '고마 치아라'에 "일본어인가요?"..'지역비하' 논란 앵커 사과 (2024.03.26/MBC뉴스) MBCNEWS
서울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는 개념, 서울 사투리
서울에 살고있는 잘 배운 대부분의 '교양 있는' 서울 사람들은 익히 잘 알고 있는 개념이지만, 일부 '교양 없는' 못 배운 사람들은 자신들이 독특한 서울 사투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합니다.
당연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새 나라가 들어서고 급격한 산업발전이 이루어지며 지역간의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기 이전에는 각 지역마다 독특한 사투리가 독자적으로 발전해왔고, 지역간 이동이 활발해지며 새롭게 만들어진 우아하고 아름다운 '현대 서울말'은 한반도 역사상 지금껏 존재한 적이 없었던 매우 독특한 사투리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그 자체가 기본적인 '교양' 이자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의 서울말은 억세고 우악스러운 느낌이 있었던 옛 억양과 크게 달라져, 현재는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기에 굉장히 여성스럽고 가녀리며 낯간지러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이 간드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데, 타 지역민과의 교류가 적은 일부 서울 사람들은 이런 부분을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뉴욕 시민들이 뉴욕 시를 부를 때 New York City라고 부르지 않고 The City라고 부릅니다.
세상 모든 도시들 가운데서도 유일무이하며 가장 기본이 되는 도시라는 인식을 가지고 자칭하는 용어로, 뉴욕 이외의 지역에 사는 미국인들은 이런 단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뉴욕 시민들을 바라볼 때 그냥 '마치 허상과도 같은 비정상적 우월의식에 빠진 정신나간 놈들'이라고 생각하지 '뉴욕이야말로 세계 모든 도시의 기준이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장 우리가 보기에도 뉴욕은 그 규모가 참 거대하고 시스템이 잘 구성된 대단한 도시이긴 하지만, 동시에 치안이 좋지 못해 범죄율이 높으며 다소 낡고 깨끗하지 못한 이미지를 갖고있지 않습니까?
요즘은 이런 무식한 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세상물정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같은 일부 서울 사람들이 '서울말이 표준어인데 서울 사투리라는 말이 어디있어?'라며 되묻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서울특별시에는 현재 대한민국 인구 5분의 1에 해당하는 970만명 이상이 살고 있습니다.
인구 약 1300만 이상의 경기도 지역까지 합하면 거의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서울 근교에 집중되어 모여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서울말에는 다양한 지역의 사투리와 억양이 섞여 들어가며 현재진행형으로 크나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5년 10년만에도 엄청나게 많은 말투와 단어, 억양이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는 마당에 자기가 '서울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을 기준으로 놓고 단순하게 자신이 사용하는 특정 말씨가 '표준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 '교양 있는' 현대 서울 사람이라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 출신의 사람이 전부 서울로 이사해 서울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특정 사투리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다면, 그것은 '현대 서울말'이 아니게 됩니까?
반대로 서울 출신 사람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 더이상 서울 사람이 아니게 되니 그 사람이 사용하는 서울말은 '표준어'에서 벗어난 '비표준어'가 됩니까?
과거의 서울말은 대한민국의 다른 지역들보다 오히려 북한의 개성 쪽의 억센 억양에 가까운 사투리가 심한 말이었습니다.
현대의 서울말은 70~80년대 이후 주로 충남, 전북 지역에서 꾸준히 이주해온 수많은 충청도, 전라도 사람들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우며 부드러운 방언을 기준으로 급격히 변화하여 새로운 억양으로 재창조된 아름다운 말씨입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어학자와 언어학자, 교육자들은 이런 근거없는 우월 의식이 모든 국민의 평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헌법 기조에 위배되며 그릇된 위계 관념을 심어줄 수도 있음을 우려해 다양한 오해의 소지를 만들어내는 단어, '표준어'라는 용어 자체를 없애버리려고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오랫동안 노력하고 있습니다.
(1988. 1. 19. 문교부 고시 제88-2호) 제1부 제1장 제1항
표준어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함을 원칙으로 한다.
각 지역의 독특한 특색을 살려주는 소중한 방언과 사투리를 같잖은 우월의식과 비하의 목적으로 조롱하는 행동은 전혀 '교양 있는' 행동이 아닙니다.
따라서 '교양 없는' 사람이 사용하는 말은 '표준어'가 아닌 것입니다.
1970년대~2010년대까지 서울말, 서울 억양의 변화 실시간 화제영상
서울/경기 말의 변화 과정 70년대~2010년대 [서울사투리] 촌스러운채널
"서울사투리가 있냐구요↗? 몇 가지 특징이 있그든요~" | #뉴스토리 #헬로tv뉴스
개인적으로 현대 서울말은 정말 아름다운 말씨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억센 억양과 독특한 말투가 강했던 옛 서울 사투리가 이제는 그 흔적조차 전혀 남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성조가 있는 중세 국어 고유의 특징을 계승하고 있는 부산 사투리
부산 사투리는 그 음에 특유의 높낮이, 이른바 '성조'가 있어 현대 한국어에서 대부분 없어진 15세기 중세 국어의 흔적과 특징이 뚜렷하게 남아있습니다.
비단 부산 뿐만 아니라 각 지역별로 독특하게 남아있는 방언과 사투리는 그 다양성과 고유성을 보존해야 할 소중한 선조들의 유산이자 보호해야할 부분이며 오히려 잊혀지지 않도록 열심히 기록하고 널리 쓰이도록 권장해야 할 대상이지, 무슨 일제시대 민족 고유어 말살정책도 아니고 알량한 '표준어 우월감'을 내세우기 위해서 조롱해도 되는 대상이 아닙니다.
더더군다나 무슨 뜻인지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짐짓 이해하지 못한 척 하며 일본어와 비슷하게 들려 헷갈린다는 식의 말투는 부산 말씨를 사용하는 사람 전체를 뭉뚱그려 모조리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 외국인인 일본인이나 다름 없다고 여기는 것인가 생각하게 하여, 더더욱 심한 차별적 모멸감을 느끼게 합니다.
개인이 사적인 자리에서 발언한 것도 아니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저널리즘을 수호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거대한 3개의 방송국 중 한 축을 담당하는 방송사 앵커라는 자가 가장 공적인 자리, 그것도 무려 뉴스 프로그램 방송 도중 언뜻 대한민국 전체 면적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영남지방 전체를 조롱하는 것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이런 몰상식하고 지역 차별적인 말을 했다는 것이 믿어지질 않습니다.
실제로 이 사람이 평소 마음 속에 타 지방을 짐짓 낮잡아보며 차별하는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이런 모욕적인 말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혹시나 교양과 상식,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이나 공부가 부족하여 정말 이 말의 뜻을 몰라서 물어본 것이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제 고마 치아라 마!' 라는 말은 '이제 그만 (집어)치워라 임마!'라는 뜻입니다.
부산사람 100%공감, 부산사투리의 모든 것 헬로tv뉴스
무슨...살다보니 웬 중국 절강성 씨족 집안 출신의 사람이 무려 지상파 방송에까지 나와서 한다는 소리가 지난 2천년간 선비의 고장이었던, 한반도 삼한민족 반만년 역사의 근본 그 자체인 영남 사투리를 교묘한 화법으로 일본어와 비교하며 모욕하는 꼴을 다 보네요.
요즘 방송사에서는 뉴스 진행자의 자질이나 상식 수준을 별로 똑바르게 평가하지 않고 앵커같은 중요한 자리라도 아무한테나 그냥 막 맡기나 봅니다.
인터넷에 낯선 파란색 꽃 사진이 보이길래 꽃말이 궁금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끌적이며 찾아보았을 뿐인데, 연결되어 있는 관련 정보를 검색하던 도중 사투리 비하 논란에 쎄게 긁혀서 발작하다 보니 별로 알고싶지도 않고 알 필요도 없었던 괴상하고 희한한 내용의 뉴스 내용까지 다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살다살다 뉴스 앵커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보긴 또 처음이네요.
세상 참...가소로운 일입니다.
그래도 잔뜩 화가 난 덕분에 잘 알지도 못했던 조국이라는 사람과 조국혁신당이라는 당에 대해서는 조금 더 깊이 공부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혹시 제가 부산 사투리 비하 논란의 탈을 뒤집어 쓴, 조국혁신당 선전을 위한 교묘한 바이럴 마케팅에 속아넘어간 것일까요?
혹시 저 앵커가 비밀리에 파견된 조국혁신당 홍보수석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네요.
숏박스 연예 기자 풍자에 엇갈리는 반응, 기레기 vs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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